두 번의 정사를 만족스럽게 끝낸 재혁은 그녀를 놓아주기
싫어 가녀린 허리를 꼭 감고 있었다 그런 것이 싫지 않은 듯
그녀는 가만히 누워 등 뒤로 느껴지는 그의 숨결을 즐기고 있었다
" 재혁씨 "
" 응? '
" 조금 전에 했던 말 다시 해줄래요? "
자신의 품 안으로 귀엽게 파고드는 부드러운 그녀의 몸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잔잔한 미소를 입에 베어 물고 있는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 만지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 난 당신이 무리하는 거 원치 않아 "
' 이대로 내 곁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
" 난 괜찮아요 "
" 내가 괜찮지 않아 당신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난 당신이 원망스러워질거야 "
" 재혁씨 "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이였지만 그 말에는 강한 소유욕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런 소유욕이 싫지 않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일에 관한 것이라면 거절하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그녀는 몸을 살며시 비틀며 그의 팔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녀가 있던 자리가 허전해서 인지 그의 표정은 몹시
뒤틀려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 어디가는거야? "
" 씻으려고요 "
" 내일 아침에 씻어도 되잖아 "
" 나 야근 해야해요 "
" 뭐라고? "
" 야근해야 한다구요 "
" 송채윤! 너 내가 한 말 뭘로 들었어?! "
" 당신이야 말로 내 말을 뭘로 들은거예요?
난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
"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말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
" 싫어요 "
" 송채윤! "
" 당신 애초부터 이러려고 나 데리고 온 거예요? "
" 그래 그냥 말로 하면 듣지 않을 게 뻔하니까 "
" 하! 한재혁! 당신한테 정말 실망했어요 "
" 난 내가 한 행동에 후회하지 않아 당신도 좋았잖아 "
"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건가요?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류를 퇴짜 놓더니 이제는 이런 식으로
날.. 당신 정말 저질이야! "
" 그럼 저질하고 놀아난 당신은 뭐지? "
분노로 인해 벌게진 채윤과는 달리 재혁은 한껏 이죽거리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시트 만으로
허리 아래를 가리고 있는 그는 지독히도 섹시하게 느껴졌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는 채윤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주고 있었다
" 당신 정말 재수없어! "
어느새 옷을 다 갖춰 입은 채윤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재혁이 그녀의 팔을 낚아채고 말았다 채윤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이죽거리던 표정을 지운 채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거 놔! "
" 못 놔! 내 집에 들어왔으면 나가는 것도 내 허락 받고 나가! "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
" 말이 왜 안돼지? "
고집스럽게 다물어진 입술이 비틀어진 웃음을 머금자 채윤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매서운 소리가 방 안을 울렸고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 다신..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 "
참아왔던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적셨지만 누구 하나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없었다 방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채윤은
모습을 감추었다 혼자 남겨진 재혁은 잔뜩 상처 받은 얼굴로
욕실로 들어섰고 닫힌 욕실에서는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그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 젠장! 망할 인간!! 재수 없어!! 저질!! 변태!! 아아아악!!! "
거칠게 차를 몰던 채윤은 한강 변에 차를 세우고 쌓아 놓았던
울분을 터트렸다 채윤의 감정적인 행동에 그녀를 수상하다는
눈길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자신의 감정이 중요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실컷 소리를
지른 후 목이 쉬어버린 그녀는 차에 올라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렸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 슬펐다
" 젠장!! 내가 그런 인간을.. 그런 인간을... "
침대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옭아 매려고
할 줄은 몰랐다 아니 예상하고 있었던 사실을 부정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신을 소유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에게 빠져들고 있는 그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씨팔! 내가 그 인간이랑 상종하면 다시는 송채윤이 아니다! 젠장! "
잔뜩 쉬어버린 목으로 욕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시간을 확인한 후
집으로 향했다 너무나 지치고 힘든 몸을 기댈 곳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 뿐이라고 생각했다
" 다녀왔습니다 "
" 아가씨 왔어요? "
" 언니 웬일이예요? 몇일 전에도 다녀가더니
요즘 자주 오네요 "
" 오늘 나하고 쇼핑 좀 했거든 채윤이 너 얼굴이 왜 그래?
울었니? "
" 피곤해서 그래요 "
" 그렇게 피곤하면 일 좀 쉬지 그래? "
" 맞아요! 조금 쉬엄쉬엄 일을 하면서 남자도 만나고 해요
저번에 봤던 한사장 정말 괜찮아 보이던데 "
" 그 새.. 인간 얘기는 하지 말아요 "
" 너 그 사람이랑 르아 부띠끄도 다녀갔다면서?
그 사람이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이선생이 그러더구나 "
" 다 헛소리예요 거기 사람들이 부풀려 말하는거
한 두번 아니잖아요 "
" 내가 이선생을 한 두 해 보니?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
" 엄마 그만해요 언니도 오빠도 왜 그래? 갑자기 쳐 들어와서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
" 송채윤! 너 밖에서 나쁜 일 있었어? 왜 엄한 데서 화풀이야? "
" 화풀이?! 지금 속을 긁는 사람이 누군데 그래?!
내가 그 사람 얘기 하지말라고 했었지? 그런데 그 말 무시하고
얘기 꺼내는 사람이 누군데 그래?! "
" 채윤아.. "
" 엄마도 그래 나 피곤하다고 했잖아 제발 그만 좀 해 "
항상 편안한 휴식처가 되 주던 집마저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자
그녀는 남아 있던 감정을 고스란히 들어내고 말았다
한강에서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쉰 목소리가 기분 나쁠
정도였지만 그녀는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화를 풀어댔다
그에게 풀어야 할 화였지만 그를 보기는 싫었다
" 나 그만 잘게요 "
그녀는 2 층으로 올라가버렸고 그녀를 쫓아가는 시선이 있었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당장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방으로 올라간 그녀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아냈다